2022호랑이 2022년 호랑이의 해_고양이도
좀 늦은 2021년 말과 2022년 연초의 일상 기록.
회사는 12월 30일 낮 무렵 일찍 종무식을 해 연말인 12월 31일부터 1월 2일까지 사흘이 연휴였다.연휴라고 해도 방역패스가 강화된 뒤에는 일대일 약속도 할 수 없고 가족 간 만남도 자제해 새해 인사는 모두 전화로 바뀌었고 사흘간 자택 생활이 대부분이었다.연말과 연초에 대한 감흥도 없이 말이다.어제가 오늘 같아서, 내일은 내일이고. 하지만 그건 내 생각일 뿐, 나이만은 또렷이 1을 더했다.2022년은 검은 호랑이 해로 불리는 임인년. 우리 집에는 포효하는 용맹한 맹수가 있는 '어흥' 실은 하품하는 고양이.호랑이도 고양이과인데 고양이도 몰래 물어주는 게 어때?그래서 올해는 토리의 해
2021년은 일상=고양이 스마트폰 사진에는 토리의 사진과 동영상만 수천 장에 이를 정도로 내 일상은 회사 일을 제외하면 고양이와 함께 보낸 시간이었다.약속도 거의 잡지 않고 여행도 포기하며 되도록이면 집에 있으면서 토리와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했다.역 구내에서 바쁘던 내가 자유를 포기한 지금의 삶이 모두 만족스러울 수는 없지만, 2021년을 돌이켜 볼 때 토리와 함께 있어 그 어느 해보다도 행복했기에 나는 이 작은 생명체와 함께 있는 것이 값지고 감사하다.2022년도에도 토리야상 잘 부탁해^^
#2021년 12월 31일 #셀프인테리어
보일러실 바닥에 깔기 위해 주문한 타일 카펫이 열흘도 안 돼 연말에야 도착했다.막상 시작되려니 귀찮은 일이 꿈틀꿈틀 올라와 몇 시간 동안 거실에 택배박스를 덩그러니 놓을지 말지 갈등을 거듭하며 쉬는 날 빈둥거려도 어떡하냐! 미뤄봤자 결국 내가 할 일인데. 놀려면 염불이라도 해야지!게으른 몸을 일으켜 2021년 마무리로 셀프 인테리어를 하게 됐다.1년 전 보일러실 바닥 타일이 이유도 모르고 금이 가 보수를 했는데 이번에는 실수로 무거운 것을 떨어뜨려 다시 같은 자리에 타일을 깨뜨렸다.이왕 이렇게 된 김에 겨울에는 차가운 바닥의 감촉도 싫고 깨진 타일 자국도 숨길 겸.보일러실까지 영역을 확장한 트리의 만족을 위해서도
카펫을 깔며 혼자 살던 시절 자신이 숱하게 해오던 인테리어 작업을 떠올렸다.낡고 오래된 다세대주택의 반지하에서 8년을 넘게 살면서 벽지, 마루, 핸디코트, 페인트, 시트지 작업 조명&수전&푸드&콘센트&스위치 등등....의 교환 이것저것 만들고 바꾸고, 내 손으로 직접 많은 일을 했다. 집을 사고 팔아서 리모델링해서 입주했을 무렵에는 내 인생에 이제 '셀프'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내 손으로도 직접 집에도 많은 것을 했다. 집을 사고 팔아서 리모델링해서 살았을 때는, 내 삶에 이제 '셀프'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겨우 1평짜리 보일러실인데 모든 짐과 선반을 떼고, 청소하고, 양탄자를 깔고, 또 짐을 싣느라 2시간이 넘게 걸렸다.창고로 쓸 수 있는 것은 보일러실뿐이었다. 이 작은 공간에 신발과 고양이 용품, 식재료, 계절가전, 재활용품, 기타 여러 가지 생활용품까지… 하나하나 꺼내 보니 처음 이사 왔을 때보다 훨씬 늘어난 짐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물건을 늘리는 것은 쉬우나 줄이는 것은 너무 어렵다.올해는 이 짐들의 1/3은 덜어 보이겠다.새해 목표를 하나 만들었다.타일 카펫 깔고 다음은 페인트현관에 페인트 칠하려고 두 달 전에 페인트와 연장을 사놓고는 계속 칠만 했는데 내친 김에 페인트 작업까지 계속했다.그전에 노동주 한 잔 마시고...리모델링하고 입주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대걸레 스탠드가 장마철 습기에 젖어 있었다.방화문 아랫부분이 세월에 녹이 슬어 생긴 틈새에 습기가 찼기 때문이었다.결국 현관에 걸레를 다 떼고 대안으로 바닥 타일 비슷한 타일을 붙였는데 색깔도 칙칙하고 타일 조각이 그대로 보여서 안 예뻐서 볼 때마다 신경 쓰였고 시간이 지나도 전혀 익숙하지 않고 정신건강(?) 때문에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을 것 같았다.타일 페인트 칠하는 건 처음이었어첫 번째 발랐을 때는 얼룩덜룩해져서 「맛없네」라고 좌절하고 있었지만, 두 번 세 번 바르면 점점 하얗게 깨끗하게 되어 가는 것을 보고 안심했다.꼼꼼함과는 거리가 먼 성격이라 여기저기 페인트도 칠하고 자세히 보면 예쁘지 않지만 칙칙한 회색 타일만 가려도 현관이 밝아진 것 같아 만족스럽다.이 맛으로 셀프 인테리어를 하는 거야!올해는 현관 벽에 거울도 붙여 약간의 변화를 줘야겠다.
# 이시라메종 라그아침에 도착한 카펫도 깔아줬다.신작 좋아하는 고양이이시라 메종에서 산 '뉴스록 러그' 한파 때 베란다를 확장한 곳이 차가워 이케아에서 산 러그를 깔아 놓았더니 바닥에 한기가 느껴지지 않아 집이 훨씬 훈훈한 느낌이 들었던 '러그가 이래서 필요한구나' 먼지 때문에 러그를 까는 것에 반대하던 남편도 겨울에는 깔아도 괜찮다고 승낙했다.남편이 허락하긴 했지만 나도 이케아 러그가 좋았던 건 아니었다.내가 산 이케아 러그는 건조기에 돌릴 때마다 먼지 범벅이 될 것 같은 섬유 먼지가 났고, 돌돌 며칠 밀어내도 러그 색깔이 그대로인 섬유 먼지는 줄어들 기미가 없었다.러그가 인테리어가 아니라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참에 오히려 좋은 것으로 바꿔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시라 메종이 유명하고 평판이 좋아 12월에 월급을 받고 가장 먼저 러그를 구입했다.이케아 러그는 이제 치우려고 하는데 토리가 앉아서 한동안 안 비켜줘서 괜히 미안해졌다. 토리는 러그를 가지고 노는 걸 되게 좋아했는데... 대신 주말에 거실에 깔고 놀게 해줄게!'아침계획은 한강에 가서 2021년의 마지막 일몰을 보는 것이었는데 이것저것 하다보니 어느새 오후 5시가 넘었고 해는 벌써 나무숲 뒤로 사라졌다.겨울은 해가 짧아서 싫어.추운데 어두운 시간도 길고... 겨울은 우울해지기 딱 좋은 계절이니까 빨리 이 계절이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22년 1월 1일 #새해아침떡국 먹은 건 오후일 뿐인데 흐름상 새해 일과를 기록하면 제일 먼저 두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연말연시 때문에 너무 무감각해졌는지 떡국 생각을 안 했는데 점심 때가 돼서야 생각이 났어.냉동실에 조사해 보니 떡볶이용으로 남겨둔 떡이 있어서 서둘러 해동하고 잘라 떡국을 만들었다.이제 보니 식탁에 놓인건 전부 시골에 있는 부모님이 보내주신거였구나.김치 담글 때 가져온 배추김치, 며칠 전 택배 보내주신 반찬, 떡도 올해로 76세인 부모님.아이를 돌보는 것은 천번 감사하는 말을 해도 부족하지만 이제 아이는 부모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다는 것을 가장 기뻐했으면 하는 것을 알아주면 얼마나 좋을까.그러니까 제발 농사일을 줄여주세요. ㅜㅜ토리에게 영양제를 먹이려고 껴안았는데 그 모습이 꼭 아기 같아서 귀여웠다.요즘은 똘이가 요구사항이 있으면 야옹야옹 소리내어 표현하고 말을 걸면 알아듣게 대답도 잘하고, 그때마다 울음소리도 달라 가끔 똘이와 대화하는 착각을 느끼기도 한다.토리의 잦은 재채기로 먹이는 영양제는 사료나 간식에 섞어 줬더니 아예 입을 대지 못하고 주사기로 강제 급여를 받는다.주사기를 꺼내도 귀신같이 여기고 달아나는데 잡히면 순순히 당하고 만다.왜 이렇게 순진한 고양이가 내게 왔지?그래서 어릴 때 부모님한테 버림받아서 도둑 고양이한테 혼났나? 하는 생각도 들고 가슴이 아플 때도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수십그램의 몸무게가 올라가면 5kg이 되는 파워 당당한 뚱뚱보. 토리도 엄마랑 같이 새해에 다이어트 조금만 하자. (엄마는 많이~)~~)영양제 먹였다고 탱글탱글한파로 시작된 새해 첫날인데도 바깥 세상의 추운 줄도 모르고 따뜻한 거실 한가운데서 토리는 잠만 잔다.이런 모습만 봐도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다니...저녁은 한강.점심때쯤 먹은 떡국이 소화가 안되어 조금이나마 체를 쳐서 소화도 할 겸 한강까지 걸어갔다.나이가 들면서 소화력도 떨어지고 자칫 체하기 때문에 지금은 식습관도 고쳐 천천히 먹는 습관을 가질 필요성을 느끼지만 40년 습관을 고치는 것은 쉽지 않다.그래도 건강이 우선이니 올해는 식습관 개선을 위해 노력해보자.이것도 새해 계획 중 하나.
넓은 데는 놔두고 왜 꼭 맨 끝에서 아슬아슬하게 있을까?아슬아슬한데 표정을 보니까 편해 보이고...고양이는 아는 것 같지도 않고 신기하기도 하고그래서 고양이를 관찰하면 웃음이 나와만약 똘이가 곁에 없었다면 나는 집에 있는 동안 몇 번이나 웃었을까.단언컨대 한 번도 웃지 않는 날도 부지기수일 것이다.그것만으로도 이 누렇고 따뜻한 생명이 우리와 평생 함께할 이유는 충분하다. 그러나 더 많은 것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집이 따뜻하게 느껴지면 순수하게 고양이와 함께 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사진 속에서 새를 지워보면 어떨까?까다로운 남자와 가라앉은 여자만 이 집에 남아있다면 어떨까?이 공간에 온기를 채워준 고양이내 평생 토리와 함께 할 수는 없지만 토리의 일생을 함께 할 거야.토리에게 계속 신경을 쓰지 않았더니 지루했는지 살며시 테이블로 올라와 엉덩이를 보이고 앉았다.아무렇지도 않은 척 관심을 바라는 사소한 행동에 미소가 번진다.
2022년이라고 특별할 게 뭐가 있겠는가.나는 계속 강 주부 강 집사 강 과장일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작년보다 조금 더 행복하고, 건강하고, 대박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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