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 리포트] 엄마와 딸, 따뜻한 바람의 언덕을 오른다 - 경북외고.

 엄마와 딸, 따뜻한 바람의 언덕을 오르다 최근 고교생 딸의 한쪽 무릎에 문제가 생겼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사고였고, 진단명도 처음 들어본 전방십자인대 파열! 청천벽력 같은 걱정 진단을 받고 어머니는 자리에 앉았다. 이 일을 어쩌나..

여유는 없었지만 그래도 어렵지 않게 수술을 받고 꼭 참석해야 한다는 모의 UN 수업을 이유로 열흘 만에 조기 퇴원했다. 이제 시작이라는 재활의 힘든 기간을 모녀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평소 활동량이 많았던 딸은 두 다리에 목발을 의지하고 속도감 있게 교실 이동수업에 참여했다. 어머니는 언덕에 위치한 기숙사와 학교를 오가며 학업에 지장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며 어린 시절 딸의 등하교에 마음을 쏟았다. 사고 - 입원 - 수술 - 재활... 땀흘려 노력한 시간이 4주 정도 지났을까...

딸, 미안해. 양쪽 목발이 맞닿은 겨드랑이 주변에 핏자국이 심해. 이를 보고 마음이 아팠다. 바로 어디선가 흐느끼는 딸의 울음소리에 엄마는 깜짝 놀랐다.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지만 억지로 의연한 척했다는 것이다. 드디어 올 때가 왔구나. 다시 한번 단단히 의지가 무너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살얼음판 걷듯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슬피 우는 딸 앞에 엄마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고 고개를 돌려 눈물을 흘린다.

수술 후 다시 염증이 생겨 잠시 소염진통제를 복용했다. 수술한 발에 물이 차면 안 되기 때문에 돌아오는 길에 엄마는 항상 기숙사에 들렀다. 병원에 가는 날이면 진료 후에 씻겨주고 병원에 가지 않는 날에는 씻어서 방 주변 정리까지 해놓고 서둘러 귀가했다.

한번은 점심식사를 하기위해 교실 에서 목발을 짚고 식당으로 향하는 언덕을 올랐는데 20분이 걸렸다고 한다. 땀은 줄줄 흐르고 쉬는 것을 반복해서 그런지.. 힘들게 레스토랑에 다녀온 것 같아. 그렇게 생긴 겨드랑이 피멍 자국을 보며 엄마는 축하를 했다. 그날부터 이렇게 딸에게 도시락 배달이 시작됐다. 중국 도시락은 점심시간 시작시간에 맞춰 교실로 가져왔고 저녁 도시락은 재활병원에 가는 길에 차로 함께 먹거나 기숙사에 넣어줬다. 딸은 예전처럼 움직임이 가볍지 않아 아침식사도 선후배들이 많이 모이는 식당에서 먹는 것을 피했다. 그럴수록 딸의 마음이 아프기 때문에 갖가지 음식으로 도시락에 신경을 썼고, 딸은 그 도시락을 받을 때마다 어머니의 마음을 느꼈을 것이다.

딸아~ 고마워입원 기간 반 아이들은 매 수업 때마다 진행된 노트필기를 수업 종료와 함께 사진을 찍어 공유해 주었다. 수행평가 내용이 알려지자 담당자를 압축한 듯 누군가가 과제를 공유했다. 한 번은 주말 교실 수업 때 언덕을 오르는 것이 힘들어 점심을 먹지 않겠다고 했다가 같이 먹지 않는다고 해 어쩔 수 없이 간식으로 점심을 대신했다.

아침에는 친구들과 어머니께서 받은 가방을 받아 어깨에 가방을 하나씩 메고 교실로 올라갔다. 이동수업 때는 또 제발 바퀴 달린 의자를 조용히 밀어 옆 교실로 옮기거나 책 꾸러미도 대신 들어주고 동급생 서로를 끌어당겨 밀어주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정말 다들 착하고 의리가 있어.

딸아~ 행복해오늘도 어김없이 딸을 씻고 새로 산 생수 한 상자를 기숙사에 넣고 나왔다. 언덕 위로 여름 밤바람이 수르르 불어온다. 등줄기의 땀이 시리듯 이내 서늘한 바람으로 바뀌며 어둠이 진다. 기숙사에서 금오산 능선을 따라 산자락을 눈여겨보며 응시했다. 산맥은 경북교육청 연수원과 경북외고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어머니 품처럼 포근하게 다가온다. 그 너머에는 분명 햇빛에 맞닿은 저수지의 표면이 보석처럼 빛날 것이 분명하다는 염력(?)이 현실의 시름을 날려 보내는 듯했다.저 산 너머를 바라보며 힘든 마음을 맡기고 점점 언덕 아래로 시선을 옮기게 된 것은 사람들의 움직임을 자신도 모르게 연수원을 따라간 것 같다.#어텐션! 아 맞다 나 이렇게 여유 부릴 시간이 없는 사람이야 엄마니까... ’

퇴원 후 천년처럼 지루한 재활을 위해 병원을 다녔다.어느 날 견인 치료를 받고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는 딸의 눈치를 봤고, 딸도 엄마의 마음을 떠보는 것을 서로 느낄 수 있어 금세 서로의 마음을 들킨 것 같았다고 그날의 상황을 전했다. 고단한 이 생활을 누구 하나 불만스러운 듯 먼저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싶어하지 않았다. 시계를 보니 기숙사의 저녁식사 시간이 끝날 무렵이 되었다. 뭐든지 먹이고 기숙사에 들어가게 해주려고 간단한 도시락을 준비했다. 잠시 앉을 만한 장소를 찾다가 학교 옆 연수원 마당이 생각나 그곳으로 향했다.
삼삼오오 연수원에 들어간 사람들은 뒷산 어딘가로 올라가는 듯하고 일부는 저마다 좋은 벤치에 앉아 이야기에 열중한다. 모녀는 둘이서 연수원 마당을 가로질러 천천히 나무 이름표를 바라보며 걸었다. 벚꽃 자두 소나무 향나무... 나무 이름표가 예쁘다. 괜히 제목 QR코드에 휴대전화를 대고 꽃말을 조회한다. 벚꽃의 꽃말은 정신의 아름다움 절세미인 교양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근육질의 단단한 가지를 자랑하며 서 있는 노송나무는 꽃말을 볼까. 단지 향나무라고 생각했더니 '패총 향나무'라는 표지판이 있어 나무 이름을 알았다고 소소한 기쁨을 나눈다. 부자는 그렇게 움츠러든 마음을 풀고 기뻐했다. 다음에는 QR코드도 찍고 꽃말도 검색해볼게. 영원의 향기 우리는 금오산으로 오르는 담길을 벗 삼아 작지만 그래도 제법 큰 연못가에 자리를 잡았다.

딸아~ 사랑해.


어머니는 속상해했고 딸은 그런 어머니에게 미안해했다. 몸이 지치고 끙끙 신음소리가 절로 새어나오는 지금의 시간을 보내며 모녀 인생에 조금이라도 작은 수목원 같은 휴식처가 학교 곁에 있다는 게 고마운 밤이다. 경북도교육 식구들에게 잘 가꿔진 고급 정원을 무료로 제공한 정성 어린 연수원의 기품이 오늘따라 더 풍성해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일까.

어머니로서 살아가는 것이 때로는 힘에 겨울 때가 있다. 해가 지는 석양 위에서 연수원 하늘이 붉게 물드는 것을 보았다. 이런저런 일로 마음이 아픈 요즘, 경상북도교육청 연수원의 따뜻한 정원에 마음이 힐링된다. 어머니와 딸이 경북외고의 따뜻한 바람의 언덕에 오른다. 기숙사 예지관의 금빛 간판이 석양에 빛난다. 딸! 우리 다시 파일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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