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페션 The Confession> 제시 버튼 작가가 여성들에게 바치는 러브레터
컨페션 제시 버튼 지음 이나경 역 비체
1980년대와 2017년 런던을 오가며 홀연히 사라진 어머니의 흔적을 따라가는 이야기 <컨페션>. 제시 버튼 작가의 전작 미니어처 리스트 뮤즈의 표지도 황홀하고 이번 책도 표지가 예술입니다. 스토리와 관련된 표지의 녹색 토끼와 아름다운 비장의 그림까지 제시 버튼의 소설은 디자인만으로도 소장가치가 있습니다. <컨페션>은 여성들에게 바치는 러브레터라고 할 만큼 여성 서사가 압도적인 소설입니다.
1980년 20살의 엘리스는 여종업원, 극장일, 모델일을 하면서 아직 자신의 가치를 어떻게 발휘해야 할지 모르는 젊고 발랄한 사회초년생입니다. 공원에서 만난 코니를 만나면서 엘리스의 삶은 달라집니다. 코니는 36살 작가예요 우연히 만난 엘리스에게 이끌려 자신의 인생에 엘리스의 자리를 내주게 됩니다.엘리스와 코니의 관계를 다룬 1980년대 이야기는 한 여자가 다른 여자를 만나 서로의 생활에 영향을 주는 관계에 주목합니다. 코니는 어엿한 작가로서 출세합니다만, 엘리스는 코니의 부모 슬하의 입장입니다. 나이 차이도 많이 나는 편이고, 엘리스의 행동은 젊어 보여요. 엘리스 스스로도 잘 안다. 무능하다는 걸 하지만 코니와 함께여서 행복해요.코니의 책이 미국에서 영화화된 뒤 함께 미국에 가지만 엘리스에게 그 일은 오히려 악영향만 끼쳐요. 엘리스는 그곳과 무관한 사람처럼 느끼려고 항상 노력하지만 제 자리가 아닌 느낌을 받아요. 특별한 재능이 없었던 엘리스는 코니에게 필요하고 특별한 사람이고 싶어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서 복잡해요.
한편, 2017년 런던물 말로는, 엄마의 부재가 인생에 큰 영향을 준 로즈를 주목합니다. 어머니를 죽였을 때 나는 14세였다.로즈의 스토리가 인상적이에요. 어머니에 대해 아는 것은 아버지로부터 들은 것이 전부이지만, 그것마저도 너무나 부족한 것입니다. 돌이 채 되기 전에 떠나간 어머니 어디에도 어머니의 흔적은 없어요. 사진 한 장 없어요. 자상한 아버지에게서 자라나 가졌던 적도 없던 어머니를 지우고 싶지만 어머니에 대한 의문은 로즈의 삶을 지배합니다.34살의 로즈는 남자친구 죠의 지지부진한 사업을 도와주며 동거 중입니다. 둘의 관계도 점점 지쳐가는 시기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건네준 두 권의 책이 로즈의 삶을 변화시킵니다. 소설 밀랍심장 초록토끼 에세이 메뚜기의 재앙의 저자 코니가 엄마의 소식을 알 수 있다는 겁니다.
코니 책을 읽으면서 엄마를 찾는 로즈 특히 혼자가 되고 싶지 않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삶의 고독, 잘못된 사랑이 일으키는 파괴에 관한 초록 토끼는 의미심장합니다. 두 권의 소설로 성공의 정상에 오른 코니가 절필하게 된 것은 혹시 어머니와 관계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듭니다.결국 신분을 숨기고 코니의 집에서 일을 하게 되는 로즈 마지막 소설을 쓰고 있는 코니의 작업을 도와주며 엄마의 흔적을 찾고 있어요. 하지만 소설이 끝날 때까지 어머니에 대한 진실을 찾아내지 못했어요.
1980년대의 엘리스는 지금쯤 로즈의 어머니라는 것을 알린다. 그 시절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딸 장미를 남겨두고 홀연히 떠났을까요? 살아있기는 살아있을까요? 어디서 뭘하고 있을까요?
우리 둘 다 뭔가를 찾고 있었지만 우리 어머니는 나를 돌아보지 않았다. 나는 어머니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뭔가 나쁜 짓을 했다. 나는 진실하지 못했다. 어머니는 나를 돌아보지 않았다.-컨페션
엘리스와 로즈 모녀가 서로 시간대를 달리하면서 코니라는 인물과 얽히면서 느끼고 깨닫는 감정은 비슷한 것 같지만 자신의가치를발견하고펼치는방식또다르지만그근원에있는당당한삶에대한욕망은비슷합니다.단지 누군가에게 기대에 휘둘리는 삶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되고 싶은 여자가 된다는 것.언제나 기다리며 원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존재 또는 갈구하던 존재로부터 벗어나 원하는 것을 실현할 배짱을 보일 때까지 무엇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를 보여주는 <컨페션>. '내가 뭘 하고 있을까'라는 감정을 품고 살아가는 수많은 여성들이 자신을 탐색하고 목소리를 찾도록 돕는 소설입니다.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 헤매는 여정을 이토록 슬프고 아름답게 보일 수 있다니. 작가가 말하는 여자에게 바치는 러브레터라는 말이 마지막 책장을 덮을 무렵 자연스럽게 이해되었습니다.
엘레나 페란테 작가의 나폴리 4부작에서 세심하게 그려낸 여성의 자존심을 일깨워주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마음속에서 낯익은 감정이 느껴졌다. 다른 사람의 회복력을 보면 마음을 닫고 싶은 욕구(p484)를 느낀 엘리스의 감정을 보면서 나폴리 4부작의 주인공 리라와 레누의 관계가 떠오릅니다. 엘레나 페란테 작가의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제시 버튼 작가의 소설도 궁합이 맞을 겁니다.
저는 제가 되고 싶은 여자가 되기 위해 싸우는데 너무 오랜 시간을 소비했습니다. 그래서 포기하기도 자신의 자율성을 청산할 수 없습니다.- 컨페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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