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이글스 이야기] 22019시즌 프로야구 KT 3차전 '숨은 시간'
한화 이글스 이야기 2019프로야구 KT 3차전 5-6패 숨은 시간
기회의 땅 8회인 줄 알았는데 승기를 잡은 순간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에 가려진 시간이었다. 또다시 한 점 지고 잘 싸웠지만 기록으로 인정받는 프로야구에서 오늘 경기는 결국 아쉬운 기억으로 남게 됐다. 2017년 이후 선발로 급선회한 이태양이 야수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5이닝 8피안타 5실점으로 선발 쇼케이스를 이끌었고 타선에선 어제에 이어 4번타자로 등판한 이성열이 시즌 5호 홈런으로 반격을 이끌었다. 8회말 박경수에게 통한의 홈런을 허용한 박상원의 무실점 행진도 끝났다.
이상한 나라의 경기는 시작부터 묘했다. 생각지도 않았던 돌발 플레이가 한두 번이 아니라 연속 세 번이나 출몰해 겨우 선발 전환으로 등판한 이태양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몸도 풀기 전에 2실점이 허용된 순간이다. 양성우가 오른쪽 담장 안으로 공을 떨어뜨렸고 호잉의 펜스 플레이는 미끄러지는 돌발 행동으로 연속 3루타로 이어졌다. 변우혁의 1루 타구까지 평범하게 갈 수 있던 이닝 방향까지 바꿔버렸다.
2회 들어서도 정신을 잃었다. 불펜에서의 호투에 익숙한 탓인지 맞는 타구를 믿을 수 없었지만 2회는 오히려 3점에 그친 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계기였을 것이다. 하지만 방향 없이 넘어갈 뻔했던 경기가 급선회를 시작한 것은 4회말 선두타자 윤석민에게 좌전 2루타를 내준 상황에서 장성우의 안타까지 맞아 완벽하게 무너질 뻔했던 경기가 변우혁의 호수비에 걸려 병살로 다시 땅볼로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것이 전환점이었다. 이어 5회초 정웅원의 2타점 적시타와 6회초 이성열의 솔로홈런으로 턱밑추격이 시작됐고 결국 8회초 기적 같은 이성열과 송광민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지만 박경수의 한방에 패했다.
(이 태양에 운이 따르지 않았다. 1회부터 실점으로 맥이 풀린 경기에서 초반 타선마저 알칸타라의 강속구에 막혀 어렵지 않게 막아낸 경기였다. 직구 구속, 포크볼, 제구 문제까지 다음 등판에서는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지 모르지만 선발 진입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다이너마이트는 졌지만 아름다웠다고 타선에서의 집중력은 확실히 좋아진 모습이다. 정웅원 1번 효과는 오늘 경기에서도 두각을 나타냈고 이성열 4번 효과는 확실한 승부처로 빛났다. 6번 타자로 이동했던 송광민마저 오히려 안정감을 되찾은 모습이다. 하지만 오늘 경기의 인상적인 타격은 변우혁이었다. 하위타선에서 상위타선으로 이어지는 공격력을 보면서도 혀를 내두를 만큼 침착하고 단호했다. 속구의 강점뿐 아니라 변화구의 선구안까지 조만간 중심타선의 예약을 기대했던 부분이다.완벽히 막혔던 경기에서 동점을 만든 것도 살아나는 타선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밀레니엄 정웅원 변우혁의 타격이 이제 팀을 쥐락펴락하는 순간 이성열의 장타 본능까지 되살아나 공격력만큼은 앞으로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제 호잉만 깨면 돼. 오늘 번트 안타에서 보았듯이 생존 본능을 깨우친 것처럼 조만간 우리가 알던 호잉으로 돌아올 것을 믿어본다.)
선발 마운드? 운이 없었다고 외쳤지만 어쨌든 변화를 예견한 또 다른 카드는 실패로 끝나 깊은 고민에 빠진 한화 마운드다. 장민재를 제외하고는 다른 대안이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순위표는 공동 7위까지 무너졌다. 크게 밀리지 않으려 했지만 지난주 4연패의 씨앗이 이번 주까지 파고든 것.선발 마운드의 문제였다. 여러 차례 지적해 왔듯이 되면 다시 봉합이 어려운 상황이 이제는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오늘 패배하더라도 꾸준한 성적을 보이고 있는 불펜을 생각하면 고마울 뿐이지만 확실하지는 않더라도 뛰어난 성적을 보여줄 선발투수가 없다는 것이 뼈아프다. 내일 또 다른 대안으로 떠오른 김범수의 선발 출격이다. 이번에는 어떤 결과를 도출할까.
벌써부터 내일 경기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승패는 별개일 것이다. 더욱이 삼성 윤성환이라면 압도적이라기보다는 버티기에 주눅 들지 않는 게 살아남는 비결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범수가 끝까지 자리를 지킨다면 선발 로테이션의 새바람이 몰아칠 것이고 반대로 무너지면 당분간 캄캄한 미로 속에 갇히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Comment☞위닝을 찍고 다음 경기를 했어야 했다. 대전으로 내려가는 발걸음이 가벼워 다시 순위 싸움을 시작할 타이밍인 8회말에 버티지 못했던 기억이 기억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현실의 순위와 목표의 순위에 처음으로 거리감이 생기기 시작한 날도 오늘이다. 7위라니!!! 이제는 설마 했던 순위를 마주하면서 한두 경기 지면 끝장이라는 위기감이 엄습하고 있다.©한화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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